
세월호는 올해도 저에게 부활을 가르칩니다.
세월호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들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하십니다. 10년 하고도 2년이 더 지난 시간을 견뎌왔으니 이제 조금은 무뎌질까 기대하지만, 여전히 4월이 되면 몸이 아파온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보다 몸이 더 정직한가 싶기도 합니다. 너무 깊은 상처는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지요. 세월호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분들의 상처도 그럴 것입니다. 저 역시 세월호 추모미사에 참석할 때마다 그 상처가 다시 아파오는 걸 느낍니다. 올해도 미사가 봉헌되는 자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강론하시는 신부님께서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시는 순간 다시 끔찍했던 장면이 떠오르면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부모님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을 눈앞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그날의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제 시간이 지나 피가 나고 진물이 나는 상처는 아물었을지 모르나 너무나 깊은 상처였기에 그 흉터는 더 뚜렷하고 선명하게 우리 모두의 영혼과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주님 부활과 함께 찾아옵니다. 저는 그것이 하느님의 섭리처럼 느껴집니다. 올해도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그날을 떠올리며,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부활 사화를 보면, 제자들은 하나같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단번에 알아보지 못합니다. 지상의 예수님과 부활하신 예수님 사이에는 ‘불연속성’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동시에 제자들은 모두 어느 순간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지상의 예수님과 부활하신 예수님 사이에는 ‘연속성’도 있는 겁니다. 부활이 알아듣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불연속성’과 ‘연속성’의 공존 때문일 듯합니다. 부활을 우리의 구체적 삶과 현실 너머의 영적인 체험으로만 보는 것은 ‘불연속성’으로 치우친 관점이고, 부활을 죽은 사람이 우리와 똑같은 몸으로 살아나는 것처럼 믿는 것은 ‘연속성’으로 기울어진 관점입니다. 부활은 분명 ‘몸’(연속성)의 부활이지만, 그 몸은 ‘이전과 같은 몸은 아닌 것’(불연속성)입니다. 그 ‘몸’, 즉 ‘연속성’ 중 하나가 예수님의 상처였을 겁니다. 예수님이 지상에서 가까운 이들과 나누었던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 그분이 보여주셨던 미소, 들려주셨던 말씀, 인연을 맺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등도 ‘연속성’에 속하지만, 무엇보다 뚜렷한 ‘연속성’은 예수님의 양 손바닥에 선명했던 못자국과 창에 찔린 옆구리 상처였으리라 짐작합니다. 토마스 사도가 자기 손가락을 넣어보겠다고 했던 그 상처말입니다. 그리고 제자들 편에서의 상처도 있었습니다. 수난받고 고통받는 예수님을 버려두고 도망갔던 자신들의 약함과 두려움이 남긴 아픔, 후회, 미안함 등도 ‘연속성’에 속합니다. 이렇게 제자들은 지상에서 예수님과 함께하며 겪은 아픔과 상처를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상처를 지닌 채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내가 선택한 사랑과 용서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라는 진실을 확인해 주십니다. ‘부활’은 예수님이 옳았음을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너희들이 보기에 내가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 그런데 내가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 그러니 너희도 나처럼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아라.” 부활 시기 동안 제1독서로 읽고 있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제자들은 그렇게 부활을 살아냅니다. 그들은 놀랍도록 담대하고 용기 있으며 성령으로 가득 찬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합니다. “너희가 죽인 우리의 주님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시며 우리에게 사랑과 용서를 가르치시고 진정한 평화를 주신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 살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증언입니다. 진실을 향한 담대함,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선으로 악에 맞서는 용기, 이런 것이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이 보여준 모습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고백한다면,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깊은 상처와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상처를 통해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았듯이, 지상에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과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가 받은 상처들이 부활의 때에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는 하나의 표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담하고 용기 있게 악에 맞서야 합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모든 것이 환히 드러날 것이므로 죄 없는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 그리고 진실을 은폐하는 이들이 끝까지 회개하지 않으면 그들은 마지막 때에 하느님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끝까지 정의와 진실을 바로 세우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이것이 참된 사랑이고 용서이며, 부활 신앙을 지닌 이들의 삶의 태도입니다. 지상에서의 죽음이 마치 끝처럼 보이지만, 그건 진짜 끝이 아니라는 믿음, 거짓이 이기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엔 사랑과 정의와 용서의 길이 승리한다는 믿음, 바로 그 사랑을 통해서만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부활 신앙입니다. 세월호는 올해도 저에게 부활을 가르칩니다.
- 이 제희데레사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