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십니다” (Jn 21,7)
처음 시작은 그랬다.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속에 계신 분들께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주변만 맴돌았다.
그러던 중 이태원 참사 2주기 미사에서 상은이 어머니와 아버님, 애진이 어머니와 아버님이 먼저 당신들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주변을 돌고있는 우리에게 함께 해주어 고맙다고 하셨다.
부모님들의 깊은 마음이 담긴 그 말씀에 용기가 났던 것일까?
한 발 더 다가섰다.
상은이 부모님은 세례를 준비하고 계셨고,
애진이 부모님은 한창 추울 때, 늦은 밤까지 마로니에 공원에서
다시는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들을 기억하자며 리본을 나누고 계셨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두터운 옷을 입고도 찬 바람이 파고들던 그날,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드리고 싶었지만,
늦은 밤 무슨 커피냐 싶어 군밤 봉지 하나 사들고 찾아갔다.
멋쩍게 내밀었던 그 작은 봉지를 받으시는 따뜻한 환대에
나는, 또 용기를 냈다.따뜻한 생강차를 타서 마리스피리따 수녀랑 함께
다시 두 부모님을 찾았다.
'드실까...?' 또 한 번 멋쩍은 마음으로 내민 생강차를
어머니와 아버님은 ‘일부러’ 드셨다. 것도 아주 ‘맛있게..!!’

상은이 어머니와 아버님이 세례와 혼배 성사를 하시던 날,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님들이 한 가족처럼 모여 서로를 축하하고 보듬는 자리에 함께하며,
난, 그 온기 속에 녹아들었다.
찬란한 5월이 되자 문득 상은이와 애진이 부모님이 생각났다.
철없던 시절 부모님께 꽃을 달아드리며 눈가가 촉촉해지셨는데,
두 부모님도 애진이와 상은이가 더 많이 생각나겠다 싶었다.
그렇게 작은 꽃을 들고 선아데레사 수녀랑 다시 두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정말 꽃만 들고 찾아가서 달아드렸는데,
두 부모님은 꽃을 통해 내 마음을 받으셨다.
아, 이거였구나!
두 부모님을 뵐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웠던 것이.
작은 정성이 더 큰 사랑으로 되돌아왔던 것이,
사랑으로 마음을 받아주셨던 그 깊은 사랑이었다.
사랑, 사랑, 사랑
그 사랑에서 나는 주님을 뵈었다.
“주님이십니다” (Jn 21,7)
글, 사진 루스마리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