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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나보따스 지역현황

 

해안선을 따라 오밀조밀하게 지어진 수상가옥은 필리핀의 빈민지역을 상징합니다. 마닐라 북쪽에 위치한 나보따스의 동네 아이들은 해안선에 쓰레기가 가득찬 하천에 들어가 쓰레기 중에서 내다 팔 만한 것을 고르며 하루를 보냅니다. 외부인들에게 이 곳은 바다로부터 밀려온 쓰레기더미에 동네 주민들이 버린 것까지 뒤엉켜 주택가이기보다는 쓰레기 매립지 같은 곳입니다. 5세 미만의 유아 사망률은 대부분 세균으로 감염된 병이 원인이고, 교육환경도 열약하여 교실 하나당 100명이 넘는 초등학교가 3곳이나 되고, 고등학교는 더 심각합니다.

 

2006년 9월,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하느님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필리핀 나보따스 깔로오깐 교구에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의 수녀들은 이 어린이들과의 행복한 동반을 시작하였습니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새 학기의 준비로 수녀들은 사뭇 분주해집니다. 세 군데 급식소도 새로운 급식 어린이들을 초대하는데, 많은 급식 대상 중에서 급식소가 감당할 숫자만큼만(평균 460명정도) 초대가 가능합니다. 수녀들은 또한 5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유치원을 운영하며, 2012년부터는 ‘나보따스 장학회’를 마련하여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인성교육과 신앙교육을 병행합니다. 5명의 대학교 졸업생도 배출하게 되었고, 매일이 수녀들에게는 낮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은인들의 위로와 천진무궁한 아이들의 사랑을 깊이 체험합니다. 나보따스는 해외선교체험에 응한 젊은이들에게도 진정한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게 하며 하느님과 이웃을 만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줍니다.

 

| 필리핀 나보따스 성마리아의 집 김은정 여호수아 수녀의 선교이야기 중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작년에 잠시 귀국했다가 하늘길이 막혀 1년여 만인 지난 6월 25일 다시 필리핀에 오게 되었다. 전에 없던 입국 절차를 거친 뒤 격리를 끝내고 수녀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이전에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였고 1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가 격리가 끝나고 수녀원 문밖으로 나왔을 때는 사정이달랐다. 성당 마당을 가로질러 문턱만 넘으면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인접해 있는데 모든 학교가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지 오래인지라 초등학교는 정부 지원금과 구호품을 받는 장소로, 고등학교는 백신 센터로, 대학교는 이 사태가 오늘 내일 끝날 것이 아니라고 여겨서인지 다 허물고 재건축에 들어가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리의 사도직 역시 팬데믹으로 변화가 있었다. 유치원은 소속되어 있던 사립 초등학교가 문을 닫음에 따라 함께 문을 닫게 되었고, 급식소도 집합 금지인데다가 17세 미만 아동들은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도 금지되어 있어 더는 이전처럼 급식을 못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부모들에게 5인 가족 기준 한 주간을 먹을 수 있는 쌀을 나누는 것으로 대체한 지 오래였다.

하루는 쌀 나눔 티켓을 나누기 위해서 마켓3를 찾았는데 출구는 대형 철문이 굳게 닫혀 있고 입구에는 군인과 경찰이 삼엄하게 지켜 서 있었고 차량도 허가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전에는 마켓3 마을 안까지 사이드카를 타고 들어갈 수가 있었는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조처로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니 사이드카들이 줄지어 행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켓3 주민들의 생계 수단의 하나인데 외부로 운행이 불가하니 그나마 수입도 줄어든 셈이었다. 하염없이 입구 쪽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서 삶의 무게와 고단함이 함께 느껴졌다. 이전과 달리 고요한 대로를 따라 마을에 들어선 순간 생각지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스크가 일상이고 관공서나 기관, 은행, 마트에 들어가려면 마스크와 함께 안면 보호대까지 착용해야 하는데 이곳에선 마스크에서 자유로웠다. 당장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며 사는 이들이기에 어쩌면 코로나는 눈앞의 현실이 아닐 수 있겠다 싶었다.

 

백신 접종을 권장할 목적으로 시작한 2주간의 봉쇄령이 끝나고도 이곳 마켓3는 계속 그 상태였다.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좁은 통로 양쪽으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함께 생활하다 보니 방역은 생각할 수 없는 곳으로, 정부도 안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든 상관하지 않고 밖으로만 나오지 말라는 식의 통제로 확진자 수의 증가 여부에 따라 이곳을 통째로 봉쇄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기를 마다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의 그 마음을 좇아 마켓3 내에서 쌀을 나누던 중 이곳 날씨가 그러하듯 갑자기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 아이들은 비가 오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수도 시설이 없기에 비가 오면 빗물에 씻기도 하고 친구들과 물장난을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곳을 찾았던 그 어느 날로 돌아간 듯했다. 그날도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고 아이들은 빗속을 뛰어다니며 좋아했었다. 지금의 마켓3의 모습이 코로나가 없던 그 시절, 아니 코로나가 종식된 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을 미리 당겨 보고 있는 것이길 바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가 하루빨리 지나가버리길 기도드리고 이곳을 통째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의 품에 맡겨 드리며 마켓3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