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봉쇄수도자가 선교의 수호자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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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봉쇄수도자가 선교의 수호자가 된 이유

 

욥 1,6-22; 루카 9,46-50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2018.10.1.; 이기우 신부

 

오늘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입니다. 19 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 태어나 봉쇄된 가르멜 수녀원에서 짧은 수도생활을 한 데레사는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면서 자신의 고행을 선교사들을 위해 봉헌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수도자로서 그는 머리이신 예수님과 결합된 지체에서 온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이 되고 싶다고 지향을 두었고, 그 지향에 따라서 전 세계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교사들을 영적으로 돕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봉쇄 수도원에서 기도생활을 했던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선교사들의 수호자로 삼고 있습니다.

사탄의 계략으로 자기 탓 없이 온갖 고생을 참아 받은 욥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의인의 대표적 인물인데,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은 현대의 욥과 같은 의로움을 지니고 살아가면서도 척박한 환경 때문에 온갖 고생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박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선교사들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권고하신 대로,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보잘 것 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주님처럼 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로지 복음을 전하는 긍지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선교사들은 신분이나 생활의 안정은 물론 출세나 명예도 버리고 일생을 헌신합니다. 그래서 순교자와 같은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선교사이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기도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서 선교사들은 예수님의 손과 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심장에서 나오는 피가 심장에서 가장 먼 발 끝까지 막힘없이 돌아야만 몸이 건강할 수 있는 것처럼, 아기 예수의 데레사는 끊임없는 기도와 고행의 봉헌으로 선교사들이 성령의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살아갔던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시월을 묵주기도의 달이며 선교의 달로 지내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모범으로 삼아 묵주기도를 바치며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모든 고통을 선교사들을 위해 바치기로 합시다. 특히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구도와 냉전지대였던 한반도에서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힘차게 몰려오고 있는 오늘날, 민족 복음화와 북방선교를 위한 지향으로 기도하고 노력하는 일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천재일우와도 같은 기회가 한반도에 찾아오고 있습니다. 국정농단을 일삼으며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전임 대통령들을 탄핵시키거나 감옥에 보낸 성난 민심,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디모테오의 곧은 신념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노력과 이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선도하고,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답했으며, 평소에는 강경세력이었던 미국 공화당 소속의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숙원과제인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응함으로써 이 기회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분단 70 년만에 찾아온 千載一遇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 안에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이들은 의회와 언론을 통해 동북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추구하기 위하여 남북 대결적인 정세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끊임없이 북한을 의심하고 화해 분위기를 깨뜨리려고 합니다. 일본의 극우 정치세력 역시 호시탐탐 남북 사이의 틈에 끼어들어 한반도의 평화를 방해하려 합니다. 역사상 한반도의 사람들은 일본 열도에 도움을 주기만 했는데, 일본 열도의 사람들은 한반도의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혀왔습니다. 멀리는 임진왜란, 가까이는 식민통치가 그 역사적 증거입니다. 대한민국 안에도 남북 화해를 바라지 않는 세력이 있습니다. 분단 70 년 동안 북한과 적대적 공존을 통해 정권을 잡아온 수구 정치 세력이 그들입니다. 이들과 한패가 되어 대북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수구 언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의 조종을 받아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극우 세력도 숫자는 적지만 과격합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의 반대 세력들을 누를 수 있는 힘은 역시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에서 평화를 애호하는 세력이 움직이는 수 밖에 없고, 이 평화 애호 세력을 움직이시는 분은 평화의 성령이십니다. 우리가 민족 복음화와 북방 선교를 위해 바쳐야 할 기도와 봉헌의 지향은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교의 몫을 기꺼이 받으려는 다짐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기념일인 오늘, 그가 전 세계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을 위해서 자기자신의 기도와 고행을 봉헌했던 모범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