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성령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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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성령을 받아라

 

사도 2,1-11; 1코린 12,3ㄷ-7.12-13; 요한 20,19-23

성령 강림 대축일; 2018.5.20.; 이기우 신부

 

  1.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사십 일 동안 지상에 머무르시다가 승천하시어 당신 제자들에게 당신의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지상에 교회가 세워졌는데 그 경위는 예수님께로부터 직접 선발되어 사도로 양성을 받았던 제자들을 주춧돌로 삼아 세상 끝 날까지 예수님을 계승하여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내려오신 성령에 힘입어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 그리고 이들을 비롯한 하느님 백성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온 세상에서, 삼년 만이 아니라 세상 끝 날까지 영원히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성령께서 예수님의 새로운 현존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세상 끝 날까지 당신 제자들과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였는데, 이 현존양식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2.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처럼, 그러나 혼자서가 아니라 백성의 집단적인 힘으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는 성령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령의 역할은 진리의 수호자요, 교회의 영혼이시며, 거룩함의 원천이십니다. 

 

우선 성령은 진리의 수호자로서 교회가 예수님께로부터 받은 구원의 진리를 깊이 깨닫게 하십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십니다. 지성은 인간의 정신 작용이요 의식 현상의 능력으로서 인간을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으뜸이 될 수 있도록 주어진 힘입니다. 지성을 통해 인간은 문명을 건설하였으며 언어와 문자로 문명의 요체를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지성을 통해 인간은 상호간에 공감하는 능력을 발달시켰습니다. 무릇 인간이 발달시킨 모든 예술, 그림이나 음악, 문학이나 춤 등은 모두 인간이 서로를 향하여 공감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소산입니다. 공감할 줄 모르는 인간은 사회적 범죄자로 소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몸은 음식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인간의 의식은 공감하고 소통함으로써 성장합니다. 

성령께서는 사물을 인지하고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상상하고 또한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으로 주어진 인간 지성을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이끌어주십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창조되었음을 기억하게 하고, 하느님께로 돌아갈 미래를 상상하게 하며, 지금 여기서 내 안에서 나를 이끄시는 하느님을 느끼게 해 줍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할 상대방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뿐만 아니라 바로 하느님과도 공감하고 소통해야 함을 일깨워주십니다. 

 

우리는 물질문명을 찬란하게 발달시키면서도 그 문명의 원동력인 인간 지성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감하면서도 정작 창조주이신 하느님과는 공감하지도 못하고 소통하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인간 지성을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과 공감하며, 하느님과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통해서 이런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증거하기를 바라시고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교회의 영혼이십니다. 사람이 영혼을 통하여 하느님께로부터 생기를 받아 살아가듯이, 교회는 성령으로 통하여 생기를 받고 이를 세상에 전해줍니다. 세상이 하느님께로부터 부여받은 능력을 한껏 활용하면서도 정작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까닭은 먼저 하느님을 알고 믿는 사람들이 충분히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보여드리지도, 알려드리지도, 느끼게 하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세상의 어둠은 하느님께서 만드셨다기보다는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아 비추는 빛이 아직 충분하지 못해서 그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믿는 이들이 먼저 성령으로 충만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슬기와 통달, 의견과 지식, 굳셈과 효경 그리고 경외심 등 성령께서 주시는 일곱 가지 은사로 우리네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향상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곳곳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각 분야마다에서 믿는 이들의 발휘하는 성령의 은사로써 그동안 이룩한 물질문명이 사랑의 문명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거룩함의 영으로서 교회에 속한 하느님의 백성을 끊임없이 거룩하게 하십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일곱 가지 성사를 통해 거룩해지고 그 힘으로 세상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 성사들을 통해서 거룩해진 하느님의 백성은 그 거룩함을 자기가 살며 일하는 마당에서 드러내야 합니다. 세상은 물질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믿는 이들을 통해서 전해받을 거룩함의 힘을 통해서 세상은 행복해지고 더불어 우리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3. 한처음에 혼돈의 어둠 속을 휘감고 있던 성령께서는 성자께서 성부와 함께 세상을 창조하실 때 창조의 기운으로서 일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이 다시 하느님 나라에로 들어올려질 수 있도록 성자께서 세상에 오실 때 그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세상의 죄에서 보호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오신 성자께서 성장하시는 과정에서 그분을 인도하셨고, 그분이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에 그분에게 직접 내려오셨습니다. 

예수님께 내려오신 성령께서는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견디어내도록 그분을 단련시키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살이에 지치고 주저앉은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위로를 주시고 힘을 주셨습니다. 치유와 구마의 기적들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표징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 내려오신 성령께서 그분으로 하여금 인생을 남김없이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특히 자기 힘으로 살아가기가 힘겨운 사람들을 위하여 바칠 수 있도록 이끄셨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利他的이고 爲他的인 인생의 본보기가 되셨습니다. 

이러한 행복의 이치를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실천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데 헌신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예수님을 고비고비마다 이끄셨던 성령께서는 이제 우리에게도 내려오셔서 우리네 삶을 이끄십니다. 

 

성령이 오시면 멀리 계신 듯 하던 하느님은 내 안에 계십니다. 

성령이 오시면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 내게 강생하시고 부활하십니다. 

성령이 오시면 성경은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 됩니다. 

성령이 오시면 교회는 생동감 넘치는 신앙 공동체가 됩니다. 

성령이 오시면 권위는 나누고 섬기는 힘이 됩니다. 

성령이 오시면 선교는 빛의 나눔이자 깨달음의 나눔이 됩니다. 

성령이 오시면 전례는 사람의 말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변하는 축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