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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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요엘 2,12-18; 2코린 5,20-6,2; 마태 6,1-6.16-18

재의 수요일; 2018.2.14.; 이기우 신부

오늘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 시기는 부활의 축제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때입니다. 입춘이 지나도 추위가 남아있듯이, 그리스도인들은 사순 시기라는 영적인 겨울을 참회와 재계로 지내면서 부활의 파스카 축제에서 진정한 봄을 영적으로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전세계 신자들에게, “불법이 성하여 많은 신자들의 신앙이 식어갈 것”이라는 마태오 복음 24,12의 말씀을 주제로 사순 시기 담화문을 보내셨습니다. 저는 교황님의 사순 시기 담화를 토대로 현 시기 우리 사회의 상황에 맞추어 우리가 어떻게 사순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도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마침 이 시기에 우리나라 강원도에서는 동계 올림픽 경기가 치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경기가 지난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시작되어 25일에 폐회식으로 마쳐지고, 같은 경기장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패럴림픽 경기가 3월 9일에 시작되어 18일에 끝납니다. 4월 1일이 부활대축일이니까, 사순 시기의 대부분 기간에 동계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셈이고 전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지난 2월 7일 일반 알현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게 됨으로써 한반도 화해와 평화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으며, 남북이 올림픽에 나란히 참가한 것은 전통적인 올림픽 휴전이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되었다.”고 축하해 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 환기시키신 대로, 고대 올림픽은 상시적으로 전쟁을 벌이던 그리스의 여러 도시 국가들이 휴전하기 위하여 생겨난 행사입니다. 그래서 전쟁 시에 군인들이 하던 전투 행위를 종목으로 만들어서 순위를 겨루게 했습니다. 단거리와 장거리 달리기, 높이 뛰기, 멀리 뛰기 등을 육상 기본 종목으로 하고, 원반 던지기, 레슬링, 권투, 창 던지기, 격투기, 승마와 전차 경주 등도 종목에 포함시켰습니다. 사람을 죽이던 행동을 체력과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로 격상시켜 전쟁을 하는 대신에 평화를 염원하는 행사로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고대 올림픽 경기는 이 평화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제우스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행하고 그 의식의 연장으로써 성화를 경기 내내 타오르게 했습니다. 

 

근대 올림픽은 19세기 초반에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 저항하여 독립전쟁을 벌이던 그리스에서 고대 올림픽을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19세기 후반에 프러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이 올림픽 부활 움직임을 국제적인 행사로 격상시켰습니다. 쿠베르탱은 젊은이들이 체계적인 체력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에서 졌다고 생각하고는 근대 올림픽을 국제적으로 부활시켰지만 올림픽 휴전의 정신은 계승되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4년마다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2년 주기로 전세계 국가가 거의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체육행사로 발전되었고, 장애인들을 위한 패럴림픽, 청소년들을 위한 유스 올림픽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순수한 아마츄어 선수들뿐만 아니라 경기 수준을 향상시키 위하여 프로 선수들까지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에서도 ‘하나된 열정’을 슬로건으로 전세계 92개국에서 모여든 2,920명의 선수들이 빙상, 설상 종목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게 되었습니다. 23회째 열리는 이번 동계 올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립니다. 특히 분단된 상태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참가함으로써 ‘올림픽 휴전’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은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순위나 승패를 떠나서 사람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과 힘, 그리고 그 순간을 위해 평소에 땀흘리며 훈련한 노력이 보이는 듯 해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이 개회사에서 말한 대로, 올림픽 선수들이 그 경기를 보는 모든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줄 것입니다. 그 영감이란 스포츠로 모든 갈등을 넘어 평화롭게 화합하는 세계가 가능하다는 평화의 영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에서, 휴전선 가까이에서 열리는 이번 평창 올림픽이 남북의 평화를 이끌어내는 평화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강력한 소망을 피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물질세계의 요소를 한 몸에 집약하고 있는 인체의 아름다움과 힘이 이번 올림픽 경기마다 선보일 것이고, 이는 인체를 창조하신 하느님께 드리는 자유로운 찬미의 움직임입니다. 하지만 죄로 상처받은 인간은 육체의 반항도 아울러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육체로 드릴 수 있는 찬미와 더불어 육체가 마음의 악한 경향을 따르지 않도록 교회는 부활의 파스카 축제를 앞두고 사순 시기를 보내는 것입니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축하하는 이들의 메시지 속에 하나같이 고상한 정신적 가치가 들어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것은 평화를 위한 열정입니다. 영어로 표현된 이번 평창 올림픽의 슬로건은, ‘Passion. Conneted.’입니다. ‘하나된 열정’을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열정’을 번역한 ‘Passion’이란 말은 수동적 행위 즉 받아들이는 행동이란 뜻인데 예수님께서 받으신 ‘수난’으로도 번역합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수난은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들, 그리고 헤로데 당원들과 로마 총독이 야합해서 벌인 음모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올리브 산에서 종말을 내다보며 그 때가 언제일지 또 그 징조는 무엇일지 묻는 제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시며 하신 말씀으로 사순 시기 담화의 주제로 삼으셨습니다. 그것은, “불법으로 사람들의 신앙이 식어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커다란 시련이 들이닥치고, 거짓 예언자들이 출몰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가운데 사랑이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식어가는 상황을 묘사하신 말씀입니다. 거짓 예언자들은 ‘뱀을 부리는 사람’이며 ‘사기꾼’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켜서 그릇된 길로 이끌어서 노예로 만들어 버립니다. 순간의 쾌락을 참 행복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하찮은 이득과 이윤에 눈이 팔려 부유함의 환상에 빠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쾌락과 돈에 대한 욕망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뱀입니다. 또한 그들이 사기꾼인 이유는, 인생에서 다가오는 고통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게 하기 보다는 손쉬운 해결책으로 속여서 마약이나 일회적인 관계 또는 가상 현실의 중독자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존엄성과 자유 그리고 사랑하는 능력을 상실합니다. 모든 악의 뿌리는 돈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이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이 식어갑니다. 그 결과 마음과 세상에서 평화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 사순 시기에 교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 주며, 진실이라는 쓴 약과 더불어 기도, 자선, 단식이라는 달콤한 치료약을 주고 있습니다. 진실이 쓴 약인 까닭은 욕망으로 인해 생겨나는 고통은 그 욕망을 채움으로써 해소되지 않고 비움으로써만 해소된다는 진실을 우리가 깨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와 자선과 단식이 달콤한 치료약인 까닭은 예수님께서 권고하신 이 전통적 방식이 그분의 위로와 은총이 주는 기운으로 욕망을 잠재울 수 있도록 부드럽게 달래주게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에 더 많은 시간을 바침으로써 우리는 우리 마음에 숨겨진 거짓말과 자기기만을 발견할 수 있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를 찾게 됩니다. ‘자선’은 우리를 욕심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이웃을 형제 자매로 여기도록 도와줍니다. ‘단식’은 폭력으로 향하는 우리의 경향을 누그러뜨리고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기회가 됩니다. 우리 안의 영적 굶주림을 보게 하여 하느님으로 채워져야 함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이 사순 시기에 믿는 이들 모두가 기도와 자선과 단식으로 사랑에 대한 열정을 일깨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림픽 기간동안 내내 성화가 경기장에서 불타 오르듯이, 사순 시기 동안 내내 사랑의 불이 우리들 모두의 마음 안에 타올라 마침내 부활 성야의 빛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세상과 우리 마음 속의 어둠이 사라지고, 세상이 줄 수 없고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평화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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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동계올림픽 스타디움의 성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