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밤미사강론] 암흑의 땅에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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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암흑의 땅에 빛을!

  • 신앙의 빛,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통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이사 9,1-6; 티토 2,11-14; 루카 2,1-14

2017.12.24. 이기우 신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기를 기다려온 우리는 오늘 밤, 성탄 대축일 밤미사를 봉헌하며 구세주 성탄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이사야 예언자가 내다본 대로,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는 이제부터 영원까지 공정과 정의로 그 왕국을 굳게 세우고 지켜 갈 것입니다. 

 

이천 년 전 지구의 한구석 이스라엘 베들레헴 땅에 오신 그 큰 빛이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아시아 대륙의 맞은편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어둠을 깨치고 암흑을 몰아내면서 비치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한겨레는 오대양 육대주로 이루어져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동쪽에 자리잡고 반만년을 살아왔습니다. 가장 먼저 빛이 비추이는 땅에 사는 만큼 진리의 빛을 갈망하며 드높은 정신문화를 일구어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한가운데에서 발원한 불교가 이 땅 한반도에 들어오면 인도 불교보다 더 불교적인 문화를 이룩해냈고, 동아시아의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유교가 이 땅 한반도에 들어오면 중국 유교보다 더 유교적인 문화를 이룩해냈습니다. 원효와 퇴계는 그 아이콘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이 땅 한반도가 중국이나 일본 땅보다 더 기름진 옥토인 것만큼이나 정신적으로도 비옥한 토양을 한겨레가 가꾸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비옥한 정신적 토양 위에 들어온 천주교의 복음은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독창적인 과정을 거쳐 꽃을 피웠습니다.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 땅에 펼친 복음을, 이 땅에서 진리를 묵마르게 찾던 선비들이 자발적으로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신적 토양의 차이 때문에 한국보다 더 먼저 들어온 중국이나 일본의 천주교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복음화의 차이가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해는 우리만 겪은 것이 아니라 중국도, 베트남도, 일본도 다 겪었습니다. 그런데 박해의 결실이 유난히 한국 가톨릭 교회에 풍성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한국 가톨릭의 복음적 활력은 한겨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시아를 위해서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역대 교황들의 충고는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13세기 세종대의 조선이 이룩한 문명과 문화는 그 당시 세계에서 최고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것처럼, 그리고 도전과 자극이 없는 문명은 쇠퇴하고 말듯이 조선은 초기의 개방성과 활력을 상실하고 국력이 사그러들었습니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겪고도 사회적 개혁을 하지 않았으며 모처럼 들어온 천주교의 복음을 말살하려 박해를 가했습니다. 급기야 국력이 기울어 제국주의 일본에 강점당하고 제 힘으로가 아니라 강대국들에 의해 주어진 해방은 분단을 강요했으며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르고 국토는 폐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이 국력이 바닥을 친 시기였습니다.

 

서양의 유수한 나라들이 이삼백 년이나 걸려 겨우 이룩한 산업화를 불과 반세기만에 성공적으로 완수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세계 제2차 대전 전에 식민지였던 나라들 가운데에서 해외원조를 할 만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산업화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지만, 촛불혁명으로 이룩한 민주화는 서양 여러 나라들이 산업화의 역사보다 더 오랜 기간에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이룩한 것보다 더 앞서는 기적입니다. 그러니까 불교나 유교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도 본산지를 압도하는 정신문화를 자랑했던 우리 겨레가 서양 문화의 근간인 그리스도교와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도 유감없이 그 역량을 드러낸 자랑스런 역사입니다. 세계성체대회와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그리고 축구 월드컵 대회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다 치루어 낸 나라가 전세계에서 몇 나라 되지 않습니다. 한국 영화, 드라마, K-pop 열풍, 여자 양궁과 프로 골프, 한식 등 한류의 열풍은 한겨레가 간직한 정신적 역량과 그동안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 역량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함영준이라는 전직 기자가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오른다’는 책을 2005년도에 썼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난 게 자랑스러운 10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습니다. 

 

첫째, 강한 생존력과 자주성 덕분에 한국인은 ‘동양의 블랙홀’ 중국 옆에서 살아남아 번영을 이룬 유일한 민족이라는 것입니다. 이천 년 이상 한반도에서 고유의 문화, 역사, 언어를 유지한 채 건재하고 있으니 그렇다는 것입니다. 

 

둘째, 미국을 모범적으로 본받아 세계 경제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일본을 우습게 아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아시아 각국이 모두 일본의 침략을 받았지만 일본의 공식 사과를 받아낸 나라는 한국뿐이며, 이제 한국은 과거의 ‘제자’ 삼성이 ‘스승’ 소니를 제치듯 산업·기술·대중예술·스포츠·교육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셋째,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라는 것입니다. 2005년 현재 한국은 세계 10 경제강국, 10대 교역국 반열에 우뚝 올라섰는데, 조선업은 세계 1위이고, 철강 산업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며, 자동차 산업은 세계 6위의 생산국이 된 결과 과거의 초강대국 러시아와 10억의 인구대국 인도도 한국보다 아래라는 것입니다.  

 

넷째,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서구 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에 산업화와 민줗솨를 모두 백 년 이상 동안 이루었는데, 한국은 경제개발에 착수한 지 30년도 안 되어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박정희로 대표되는 산업화 세력과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이 이제는 화해하고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한국은 세계를 리드하는 IT강국이라는 것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을 뜻하는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가 IT인데, 반도체 분야는 플래시 메모리가 부동의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코리아의 얼굴’이 된 스마트폰의 경우,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5대 가운데 1대가 한국 제품일 정도이며,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을 구축한 나라가 한국이랍니다. 

 

여섯째, 한국은 교육열이 세계 최고라는 것입니다. 때로 지나치기도 한 한국인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소득 대비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이며, 인구 대비로 볼 때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낸 나라가 바로 한국이랍니다. 

 

일곱째, 한국에는 세계 제일의 우수한 두뇌가 있다는 것입니다. IQ검사를 하면 한국인의 두뇌는 항상 세계 1,2위를 다툰다고 합니다. 한국인이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게 된 데는 한글의 우수성도 한몫 작용한다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쉬운 한글을 어려서부터 배운 덕분에 일찍 두뇌가 계발된다는 것입니다. 

 

여덟째, 한국인은 정이 넘친다는 것입니다. 조선 사람들은 쇄국정책을 고수하면서도 곤경에 빠진 외국인을 만나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네덜란트의 하멜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고난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도 개인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가족은 보호막과 안식처 구실을 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이 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게다가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종교분쟁은 한국은 무풍지대입니다. 

 

아홉째, 할리우드 영화가 지배하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미국 영화가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라는 것입니다. 한국 영화가 국내 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이야깃거리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이제 TV 드라마, 음악, 춤, 의상, 헤어스타일, 디자인, 만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메이든 인 코리아’는 아시아인의 취향을 좌우할만큼 ‘한류열풍’을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열째, 한국은 축구와 야구에서 세계 4강을 성취한 유일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브라질, 영국, 프랑스, 독일 하면 축구가 연상되고 미국, 쿠바, 일본 하면 야구가 연상된다고 하는데, 하지만 이들 나라는 각기 축구면 축구, 야구면 야구 한 가지만을 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두 가지를 다 잘 하지는 못한답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는데, 바로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당당히 4강을 차지해서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서,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4강을 차지하여 단박에 세계 야구 강국으로 올라섰다는 것입니다.  

 

자, 이 정도면 대한민국은 성공한 나라가 아닙니까? 그런데 한국인은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모르는 유일한 국민인지도 모릅니다. 함영준은 말합니다. 한국인에게는 전사 기질과 선비 기질이 감추어져 있는데, 전사 기질은 한국인의 승부근성, 도전정신, 활력, 신바람 등으로 나타나고, 선비기질은 학문을 중요시하고 원칙과 명분을 중요시하는 학자정신, 교육열 등에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는 전사기질이 넘쳐나고 남한에는 선비기질이 넘쳐나는데, 이 두 기질이 비빔밥처럼 합쳐지면 환상의 콤비가 되어 국운이 상승할 것 같다고 합니다. 이제 이 두 기질이 어우러져 국운이 상승할 때가 되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복음화의 민족적 과업을 우리 겨레가 보란 듯이 이룩할 때가 되었습니다. 북녘땅의 복음화는 물론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우리 겨레가 크게 쓰임받을 때가 다 되었습니다. 적어도 동북아시아에 사는 중국과 일본과 대만 그리고 북녘 동포들의 구원을 위해 한국인 가톨릭 신자들만큼 준비되어 있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박해와 식민지배로 어둠 속을 걷던 한겨레가 큰 빛을 봅니다. 분단과 전쟁으로 암흑이 되었던 땅에 사는 배달민족에게 빛이 비칩니다. 민족 통일과 복음화를 앞당겨 주실 구세주의 성탄을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