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1] 하느님께서 오시어 구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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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오시어 구원하신다

대림 제2주간 월요일

이사 35,1-10; 루카 5,17-26

 2017.12.11. by 이기우 신부

 

오늘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오시어 이룩하실 구원을 내다보며 그 구원의 놀라운 변화를 자연 현상과 신체의 기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사막이 꽃을 피운다든가, 바싹 마른 땅이 샘터가 된다든가 하는 자연 현상의 기적이 일어날 뿐 아니라 눈먼 이들의 눈이 뜨이고 귀먹은 이들의 귀가 열리는 신체의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것입니다. 

 

과연 오늘 복음에서 들으신 바와 같이,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께서는 중풍병자를 낫게 하시는 기적을 일으키셨고 그는 평상에 누인 채로 사람들에 의해 실려왔다가 자기 힘으로 그 들것을 들고 자기 발로 걸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기적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그분에게 신적 능력이 있음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기적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요, 따라서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을 보면서 당시 사람들은 이사야가 내다본 하느님의 구원이 다가왔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를 고쳐주시는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께서도 사막에 샘을 터뜨려 꽃을 피우는 자연 현상의 기적은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사야의 묘사는 자연의 물리적인 현상을 넘어서는 일이 일어나리라는 표현을 통해서 하느님다운 일을 하실 것임을 전하려 했을 뿐입니다. 

 

자연의 물리 현상처럼 사람들에게는 본성이 있습니다. 물리 현상에 법칙이 작용하듯이 인간 본성에도 작용하는 힘이 있는데 그것이 욕망입니다. 한 두 명도 아닌 여러 사람들이, 그것도 어쩌다 우연히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 욕망을 넘어서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기적입니다. 이런 일은 단순한 도덕 윤리 질서만으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감동을 받았거나 신앙의 힘에 이끌릴 경우에만 일어납니다. 악에 대해 분노하기는 쉽지만 선에 대해 감동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본성을 선에로 지향시키는 신앙적 감수성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지내고 사회교리 주간의 첫 날로 삼는다는 것은 이러한 신앙적 감수성을 신자들 안에서 퍼뜨리려는 노력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바다에서 방향잡이를 도와주는 등대의 불빛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오셔서 구원하신다는 믿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등대의 불빛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는 배처럼 교회의 선포를 기준삼아 신앙적 감수성을 발휘하려는 신자들의 호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톨릭 교회가 예수님께로부터 전해 받고 성령의 이끄심으로 간직하고 있는 보물이 세 가지 있는데, 그 첫째는 성체신심이요, 그 둘째는 성모신심이며, 마지막 셋째는 사회교리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인권주일을 기점으로 사회교리 주간을 선포하고 있는 이유도 이 사회교리의 보물적 가치는 신자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실 때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시고나서는 그 기적에 담긴 뜻을 설명하시기 위해서 긴 말을 하지 않으시고 여러 가지 비유를 드셨는데, 그 비유가 예수님의 사회교리였습니다. 그 당시의 사회 행태에서 발견되는 여러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그 비유의 소재로 동원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현대판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교리는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 세우기 위한 실천적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선교의 사명은 인간 본성을 거슬러서 신앙적 감수성을 발휘하라는 요구였고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는 기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사랑을 실천하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사랑을 사회적으로 실천하기를 요청하는 사회교리는 부활의 행동 강령입니다. 

 

세례를 받았으면서도 신앙적 감수성이 무딘 신자들이 제법 많은 우리네 신앙현실에서 사회교리는 신앙의 성숙을 전제로 하면서도 지향하는 선교 지침입니다.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에게 그분을 알리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그분의 뜻을 실천함으로써 세상이 그분을 알아보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땅에 묻혀 있는 보물’과도 같이 사회교리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실천적 진리이며, 부활의 행동강령이자 선교 지침으로서 가톨릭 신자들이 세상에서 기적을 일으키기 위한 등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