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며

37 2017.12.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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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며

  • 제36회 인권주일을 맞이하여
  • 대림 제2주일

 

이사 40,1-5.9-11; 2베드 3,8-14; 마르 1,1-8

 2017.12.10. by 이기우 신부

 

대림 제2주일인 오늘은 인권주일이기도 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82년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정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우리 교회의 자각과 각성을 호소”한 데 이어 2011년부터는 대림 제2주간을 ‘사회교리주간’으로 지내기로 결정하며 다음과 같이 권고했습니다. “각 본당에서 사목자들이 강론과 예비자교리와 견진교리 등을 통해 사회교리를 적극적으로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평신도들은 현실 안에서 사회와 정치 활동을 담당하고 있고, 현세 질서를 쇄신할 예언직 수행의 사명을 지니고 있기에 사회교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천하기 바랍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 반포 5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한국 천주교회는 이 권고를 상기하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현안들인 ‘사회의 쇄신’과 ‘평화’,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사회교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교회는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는데, 이 체제는 확실히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피통치자들에게는 통치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을 보장해 준다. 따라서 교회는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하여 국가 체제를 점령하고 폐쇄된 지배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도와주면 안 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반포하신 회칙 「백주년」, 46항의 가르침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대통령 탄핵과 이어진 대통령 선거는 이 가르침을 되새기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이끌어간 동력은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들의 참여’이며, 이는 ‘사적 이익을 위하여 국가 체제를 점령하고 폐쇄된 지배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시민들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촛불혁명’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시민들의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참여 행동이 말해주는 것은 사적 이익을 위하여 국가 체제를 점령하고 민주주의를 농단한 구시대적 적폐를 뿌리까지 과감하게 청산하라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는 군사독재에 맞서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시민 행동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한편,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고 지방 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는 주권자인 국민이야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임을 밝히고 이를 제도화시키려는 당연한 귀결로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정의의 구현입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진전 현상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라야 중단없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우리 사회에 요청되는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쇄신이 올바로 그리고 끊임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며 의로움이 깃든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사목헌장이 제3항에서 선언하고 있는 대로, “인간은 진정 구원을 받아야 하고 인간 사회는 쇄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반포 50주년을 맞이하는 바오로 6세 교황님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모든 그리스도인은 ‘평화’의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평화의 사도’여야 합니다. 올 한 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유난히 심하였고 그러한 긴장의 이면에는 무기의 개발과 확산, 거래가 자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지만, 무기 거래에서 얻는 이득을 취하는 세력과 한반도의 긴장 국면에서 안보의 불안을 빙자하여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으려는 유혹을 받는 세력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으로 그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서도 지구상에서 남은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의 당사자이며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 진전의 주역인 시민들과 더불어 그리스도인들이 정의와 평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참여로 살아갈 때 바라는 바 한반도의 평화와 민주주의의 실현은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땅에서 평화가 실현되지 못하고 정의가 구현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입니다. 한반도 정세가 평화를 정착시키기까지, 또한 국민의 염원이 담긴 개헌으로 민주주의적 정의가 제도화되기까지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데에 앞장서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 천주교회가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사회적 약자를 해마다 선정하여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실천하기로 하고, 올해에는 농·어촌 이주민 노동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있습니다. 생명과 인권의 존엄한 가치를 보호하는 일이 교회의 존재 이유이며 사명이기에, 약자인 태아 생명의 존중과 사형제 폐지에 대한 관심도 촉구하였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우리 주위에 있는 약자들의 처지에 관심을 갖고, 복음의 영으로 공감과 연대해 나갈 것을 호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회 참여의 실천과 호소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는” 일입니다.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언덕을 낮추며, 거칠고 험한 곳에 주님의 길을 곧게 내는” 일입니다. 또한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며 앞당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이 대림 제2주일에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이기우 사도요한 신부    http://cafe.daum.net/coop-csti/heBE/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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